1. 줄거리
북경대학교 교수인 최현은 7년 전 친하게 동료 교수 김창희와 그의 친구 셋이서 아리솔이라는 전통 찻집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함께한 김창희의 죽음을 듣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충동적으로 경주로 간다. 어릴 때 7년 전에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 아리솔에서
친하게 지내던 형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북경대학교 교수인 최현(박해일 분)은 한국으로 돌아온다. 7년 전, 경주에서 죽은 그 형과 또 다른 친구와 셋이서 함께 방문했던 전통찻집 아리솔, 그곳에서 함께 본 춘화(春畫)를 생각하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7년 만에 다시 찻집을 방문한다.
하지만 아리솔의 주인은 공윤희(신민아 분)로 바뀌어 있고, 처음보는 그녀에게 혹시 7년 전 춘화를 못 봤냐고 대뜸 물어본다. 다소 무례하기도하고 변태같아 보이는 최현을 윤희는 오해하기도 하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이 배우로 착각할 정도의 매력적인 용모를 가진 그에게 끌리게 된다. 최현도 우아하고 뭔가 독특하고도 신비로운 느낌의 윤희에게 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그 날 그는 그녀의 모임에 따라가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도 가지면서 그녀의 새로운 면에 더욱 흥미로운 모습을 느낀다.
두 사람은 윤희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어색하게 두 사람은 시간이 멎는 듯 천천히 대화를 나눈다.
“ 귀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라며 다소 엉뚱한 말을 하는 윤희, 그런 그에게 귀를 대뜸 내어주는 최현. 이 장면은 분명히 사별한 그녀의 남편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이 담겨있는 장면이었지만, 흔하디 흔한 에로틱한 장면으로 전개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혹은 기대)이 살짝 들었다.
윤희는 방문을 잠그지 않고 살짝 열어놓고 유혹하는 듯 하지만 최현은 촛불을 끔으로써 이를 넘어간다.
그리고 그녀의 집 거실에 남편이 걸어 놓은 그림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人散後 一鈎新月 天如水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마지막 장면.
다시 모인 세 사람. 그리고 춘화를 보던 7년 전, 이젠 윤희도 함께있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동시에 문쪽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무언가를 바라본다.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2. 경주라는 공간적 배경
영화 경주에서 경주라는 공간적 배경은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경주는 영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도시로서, 주인공 최현의 내면적 여정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즈넉한 고대 유적과 절경이 어우러진 경주는 시간을 초월한 듯한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곳은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공간으로 묘사된다.
최현은 베이징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어느 날 오래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그림을 찾아 경주로 떠난다. 이 도시는 그의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던 감정들을 일깨우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영화는 경주의 자연스러운 풍경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통해, 최현의 내면적 갈등과 그가 추구하는 평온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경주의 오래된 사찰, 돌담길, 그리고 소박한 찻집들은 영화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적 탐색과 치유를 상징하는 배경으로 등장한다.
경주는 또한 시간을 초월한 공간으로서, 인물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징적인 장소로 그려진다. 고대의 유적들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인물들이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를 바라보게 만든다. 이러한 경주의 공간적 특성은 영화 속 인물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감정을 마주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는 경주의 풍경을 통해 삶과 죽음, 시간의 흐름, 그리고 인간의 내면적 변화를 깊이 있게 성찰하며, 이 도시의 정적이고 영적인 분위기가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형성한다.
개인적으로 고향이 부산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이라 아내와 데이트를 많이 했던 그런 추억 어린 곳이다. 지금은 고향에서 먼 곳에서 생활하느라 잘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고향에 내려가면서 꼭 들리는 곳 중 하나가 경주다.
경주를 갈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받곤하였다. 하지만 많은 왕릉을 다녀봤고 유적지를 다녀봤고, 그 속을 늘 거느려왔지만 한 번도 죽음과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나는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영화 경주를 보고난 후, 난 경주를 다시 다녀오고 싶어졌다. 그리고 영화 속 윤희처럼 왕릉에도 올라가 소리도 질러보고 싶었고, 최현처럼 아리울과 비슷한 찻집도 찾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매력적인 도시인 경주라는 도시에서 춘화를 더 하니 더욱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도시가 되는 듯 하다.
3, 총평
생각해보니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서 참 많은 사람이 죽음을 맞아한다.
김창희의 장례식, 윤희의 남편, 우연히 만난 모녀, 폭주족, 점보는 할아버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의 죽음이 영화 곳곳에 깔려있었다. 경주의 왕릉만큼 우리 주변에 죽음은 흔한 것.
영화 경주에서는 도심 곳곳에 왕릉이 있고 능이 많아 과거와 죽음과 현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그런 도시임을 감독이 잘 캐치한 것 같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까메오들,
류승완 감독, 변호사 출신 의원 송호창 의원, 가수이가 화가 백현진,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 이런 분들의 까메오 출연도 꽤나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박해일이라는 영화 배우를 꽤 좋아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영화를 볼수록 신민아에 대한 매력도 굉장했던 것 같아 너무 예뻐 보였다.
홍상수감독의 영화랑 큰 틀에서 느낌은 비슷하나, 적절하게 밝음과 따스함이 담겨있는 장률 감독의 영화가 개인적으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장률 감독의 영화에 빠지게 되면서 경주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뭔가 장률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100% 파악했다 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경주라는 영화만의 매력이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영화를 거듭해서 몇 회 더 관람하면 관람할수록 영화의 매력이 다가오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 그리고 남녀의 사랑이라는 상투적인 영화 주제를 놓고 정말 절묘하게 잘 조화를 이루게 하여 보는 내내 소소한 그리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선사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끝맺음과 결말이 강조되는 우리나라의 다른 영화와는 달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영화 ‘경주’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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