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마침표가 아닌 쉼표, 태국 치앙마이 10일 가족 여행의 시작

by 9sberg 2026. 1. 29.
728x90
반응형

인생의 속도가 시속 50km라더니,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다. 앞만 보고 사느라 옆에 있는 가족들 얼굴 제대로 본 게 언제였던가 싶다. 가장이라는 이름표가 가끔은 숨 가쁜 족쇄처럼 느껴질 때쯤, 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쉼표' 하나를 선물하기로 했다.

 

치앙마이에서 보낸 10일, 우리 가족의 마음이 머문 그 곳

 

치앙마이로 떠나는 9박 10일. 사실 출발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 직항을 타면 편하겠지만, 예산을 생각하니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가는 경유 노선이 눈에 들어왔다. 30만 원 초반대의 항공권. 50대 체력에 경유가 가당키나 한가 싶다가도, 그 아낀 돈으로 가서 가족들 맛있는 거 한 번 더 사주자는 마음이 앞섰다. 엑셀을 펴고 단가 하나하나, 환율 하나하나 따져가며 가계부를 정리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유난스러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내가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자 책임감이라는 걸 누가 알까.

 

공항으로 향하는 길, 설렘보다는 솔직히 걱정이 조금 더 컸다. "아빠, 너무 고생스러운 거 아냐?"라고 묻던 딸아이의 목소리, 말은 안 해도 짐을 챙기며 한숨을 내쉬던 아내의 뒷모습. 하지만 인천공항의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는 순간,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그래, 가보는 거다. 직장에서의 직책, 아빠라는 무게감 잠시 내려놓고 그냥 '나'로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반자'로서 말이다.

 

경유지인 쿠알라룸푸르 공항 대기석에서 쪽잠을 자는 아내와 딸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좁은 에어아시아 좌석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불편해하면서도, 낯선 나라 편의점에서 산 6링깃짜리 빵 하나에 낄낄거리며 웃는 딸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오길 잘했다.' 화려한 호텔이나 비싼 식당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온도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이제 치앙마이에 도착하면, 나는 다시 꼼꼼한 가이드이자 짐꾼, 그리고 찍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역할이 전혀 무겁지 않을 것 같다. 982,800원짜리 비행기 표보다 훨씬 값진 것들을 채워올 준비가 되었으니까.

서두르지 말자. 치앙마이의 느릿한 걸음처럼, 우리 가족의 마음도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길 바라며 여행 노트를 덮는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