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둘째 날. 1월 19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참 부드러웠다.
아, 여기가 치앙마이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하늘 ㅎ
숙소 앞, 말리호텔 건너편 VIGIE SIST에서 토스트랑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여행 오면 왜 이렇게 빵이 맛있는지 모르겠다. 별거 아닌데도 여유가 얹히니까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침부터 작은 사건 발생.
엄마랑 딸이 사소한 걸로 티격태격. 그것도 카페 한가운데서. 주변에 외국인들 많은데 목소리 점점 커지고… 나는 괜히 눈치 보이고.
“여행 와서 왜 그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가만 보니 저 모습도 그냥 우리 가족 모습이구나 싶었다. 다 큰 딸이지만 엄마랑은 아직도 저렇게 부딪히는구나.
삼왕상 가는 길
카페에서 나와 삼왕상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Yupparaj Wittayalai School 건너편 작은 가게에서 망고밥을 팔길래 들렀다. 이름이 Mama’s Best Mango Sticky Rice.
여기… 인정.
지금까지 먹은 망고밥 중에 제일 맛있었다. 망고는 달고, 찰밥은 부드럽고, 코코넛 밀크는 과하지 않았다. 아내랑 나는 연신 “여기 진짜 잘한다” 하면서 먹고, 딸은 사진부터 찍고 한 숟갈 크게.

근데 더 인상 깊었던 건 가게 앞 풍경이었다.
고등학교 쪽 가로수 사이에 바구니를 매달아 놓고 그 안에 망고를 올려뒀다. 처음엔 장식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다람쥐가 와서 그걸 먹는다.
아… 이 나라가 불교 국가라는 게 이런 데서 느껴지는구나.
사람 먹을 것 나눠서 작은 동물들까지 챙기는 모습. 여행 와서 이런 장면 보면 괜히 마음이 조용해진다.
삼왕상 도착
치앙마이를 세운 세 왕, 멩라이왕, 응암무엉왕, 람캄행왕 동상이 서 있는 곳.아내랑 2023년에 왔을 때도 여기서 사진 찍었었다. 그때는 둘이었는데, 이번엔 가운데 딸을 세워두고 다시 한 장.
근데 주변 박물관이랑 문화센터는 휴관.
그래서 동상 앞에서 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
그리고 타패게이트.
여긴 분위기 느끼기도 전에 비둘기 떼에 압도당했다. 진짜 바닥이 비둘기고 하늘도 비둘기. 딸은 좋아하고, 나는 슬슬 무서워지고. 사진만 급하게 찍고 거의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점심은 근처 유명하다는 Lim Lao Ngow Fishball Noodle.
미슐랭 맛집이라길래 기대했는데… 솔직히 내 입엔 그냥 그랬다.
“음… 한 번은 와볼 만한데 두 번은 글쎄…”
그래도 여행이니까 이런 경험도 하는 거지 뭐.
타패게이트에서 도망치듯 나와 들어간 Coolmuem 카페.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커피 마시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좋았다.
딸은 휴대폰 정리하고, 아내는 사진 고르고, 나는 멍하니 사람 구경.
이런 시간이 여행에서는 제일 기억에 남는다.

조금 더 걸어 왓 쩻린 사원에 들렀다. 작은 호수가 있어서 물고기 밥을 팔길래 하나 샀다.
근데…
평화로운 사원 체험이 아니라 거의 생존 게임이었다.
밥 던지자마자 커다란 메기들이 물을 뒤집어놓고, 어디서 알았는지 비둘기 떼까지 몰려들었다. 순간 영화 히치콕의 ‘새’ 생각났다.
아내랑 딸은 뒤로 물러나고, 나는 괜히 아빠라고 용감한 척하다가 결국 멀찍이 도망가서 멀리 던졌다.
사원 구경은 제대로 못 하고 심장만 쿵쾅거렸다.
이후 들른 곳이 크루아 어이짜이라는 식당. 가정집을 개조한 작은 밥집인데, 테이블이 몇 개 없어서 길 건너에서 대기했다.
기다리면서 보는데, 이 집 아들로 보이는 꼬마가 고양이랑 놀고 있었다. 거기에 한국에서 온 또래 아이 하나가 자연스럽게 합류. 말도 잘 안 통할 텐데 둘이 깔깔 웃으면서 논다.
그 모습 보는데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여기선 국적도, 언어도 별 의미 없구나. 그냥 애들은 애들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사진 몇 장 몰래 찍어두었다. 나중에 보면 또 생각날 것 같다.

음식은?
여긴 진짜 최고.
아내랑 나랑 동시에 “여긴 다시 오자” 나왔다.(결국 나중에 또 다시 옴^^)
저녁은 숙소 근처 LANNA SQUARE 야시장.
2023년에 아내랑 둘이 와서 맥주 한 병 나눠 마셨던 바로 그 자리다.
이번엔 그 테이블에 딸이 같이 앉아 있다.
시간이 흘렀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예전엔 손잡고 다니던 애가, 이제는 같이 맥주 안주 고르는 여행 메이트가 됐다.
이동은 대부분 볼트로 해결. 예전엔 썽태우 탔는데, 세상 참 좋아졌다. 가격도 괜찮고, 에어컨도 나오고. 아빠도 이제 앱으로 차 부르는 시대다.
맥주 한 모금 마시면서 아내랑 눈이 마주쳤다.
말은 안 했지만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그때도 좋았는데, 지금은 셋이라 더 좋네.”
관광지를 많이 본 날은 아니었지만,
이날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치앙마이는 참 이상한 도시다. 특별한 걸 안 해도, 그냥 함께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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