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셋째 날
이 도시에 적응이 된 건지, 아니면 마음이 느슨해진 건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참 가벼웠다. 여행 3일 차쯤 되면 딱 그 도시의 속도에 맞춰지는 느낌이 있다.
아침은 Rodlamun으로 갔다.

2023년에 아내랑 둘이 왔을 때, 아무 정보 없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식당이다. 그때 너무 맛있어서 며칠 연속으로 가다시피 했고, 한국 돌아가서 구글에 사진이랑 후기도 정성껏 올렸었다.
이번에 다시 와 보니 가게가 훨씬 북적거린다.
괜히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우리 후기 덕 좀 본 거 아냐?”
물론 아닐 확률이 훨씬 높지만, 단골의 작은 자부심 같은 게 생긴다.
딸한테도 “여기 아빠 엄마 단골집이야” 했더니
“오~ 현지 단골 느낌?” 하면서 괜히 더 잘 먹는다.
이 여행에서 우리 셋의 단골집이 생겼다는 게 참 좋았다.
근처 에그커피 파는 카페에 들어가 한참을 앉아 있었다.
딸은 사진 정리하고, 아내는 창밖 구경하고, 나는 멍하니 길을 봤다.
가게 앞 전신주에 얽히고설킨 전선들이 잔뜩 늘어져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바로 민원감이고 뉴스감일 텐데, 여긴 그냥 일상이다.
처음엔 “위험해 보이네…” 싶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여도, 이 나름의 방식으로 잘 굴러가고 있는 나라구나.
우리가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질서가 전부는 아니겠지.
오후엔 타패게이트 쪽으로 갔다가,
새로 생겼다는 대형 쇼핑몰 센트럴 페스티벌 치앙마이로 가보기로 했다.
셔틀 썽태우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것도 나름 재미였다.
딸은 이런 현지 교통수단이 더 재밌다고 한다.
몰은…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랑 크게 다르진 않았다.
“여긴 그냥 에어컨 쐬러 오는 곳이네.”
세 사람 의견이 일치했다.
다시 썽태우 타고 올드타운으로 복귀.
나이트 바자(Night Bazaar)
저녁엔 동쪽 타패게이트 바깥 나이트 바자(Night Bazaar)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걸어가는 길에 와로롯 시장에 들렀다.
여긴 진짜 현지 시장 느낌.
과일, 옷, 생활용품, 먹을 것… 없는 게 없다.
딸은 기념품 구경하느라 바쁘고, 아내는 향신료랑 건과일에 관심.
나는 그냥 사람 구경. 이런 시장은 그 도시 사람들 사는 냄새가 그대로 난다.

가는 길에 들른 사원 왓 부파람(Wat Buppaharm).
1496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왕의 궁전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사원이라는데, 오래된 느낌이 공간 전체에 배어 있었다.
관광객도 많지 않고 조용해서 잠깐 벤치에 앉아 쉬었다.
복잡했던 마음이 스르르 가라앉는 느낌.
딸도 여기선 말수가 줄어들고, 아내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역사가 오래된 공간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도착한 나이트 바자.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한참을 돌아다녔다.
수공예품, 그림, 옷, 기념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중간에 작은 야시장 구역에서 간식 몇 개 사 먹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셋이 나눠 먹는데, 괜히 그 순간이 참 좋았다.
비싼 레스토랑보다 이런 자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딸은 오늘 찍은 사진 이야기하고, 아내는 “오늘 코스 좋았다” 하고.
나는 그냥 고개 끄덕이면서 걸었다.
2023년에 아내랑 둘이 왔던 치앙마이를,
이제는 셋이서 다시 걷고 있다.
그때의 기억 위에 오늘의 장면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아마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오늘을 또 떠올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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