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다섯째 날
이제는 아침에 눈을 떠도 낯설지가 않다.
“아, 여긴 치앙마이지”가 아니라
“오늘은 여기서 뭘 할까”가 먼저 떠오른다. 여행지가 아니라 잠시 살아보는 동네 같은 느낌.
아침은 수미타야 호텔 아래 새로 생긴 카페에서 시작했다.
토스트에 타이티, 그리고 아메리카노.
여행 와서 마시는 타이티는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달달하고 진한 그 맛이, 오늘도 잘 놀아보라는 신호 같다.
아침 먹고는 현실적인 일정 하나 처리.
코인세탁.
여행 중간에 한 번 빨래 돌리면 그렇게 마음이 개운하다.
아내가 세탁기 돌아가는 거 보면서 “여행 와서 이런 것도 추억이네” 하는데, 맞는 말이다. 관광지만이 여행은 아닌 것 같다.
브런치는 Lucky 2.
이름도 귀엽고 분위기도 편안한 집이었다.
이미 아침을 먹었지만, 브런치는 또 다른 메뉴니까 괜찮다며 합리화.
셋이 메뉴 나눠 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그 시간이 참 여유로웠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점심 1차는 우리의 단골집이 된 Rodlamun.
여긴 이제 안 오면 섭섭한 집이다.
아내랑 둘이 처음 발견했던 곳을, 이번엔 딸까지 데려와 함께 앉아 있다는 게 참 묘하게 뿌듯하다.
“여긴 아빠 엄마 추억의 식당이야”
이 말을 이제 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우리 가족 여행의 역사가 조금씩 쌓여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점심 2차.
미슐랭 맛집이라는 Lim Lao Ngow Fishball Noodle 또 방문.
솔직히 지난번엔 그냥 그랬는데, 그래도 어묵이 탱글 탱글 맛있던 기억이. 그래서 한 번 더 먹어보자는 마음이었다.
결론은… 역시 그냥 그랬다.
그래도 이제 미련은 없다.
“그래, 우리 할 만큼 했다” 하고 웃으며 나왔다.

배 터질 듯한 상태로 조금 걸어야 될 것 같아서 우린 창프억 게이트로 걸어가기로했다. 이상하게 북쪽은 잘 안가지길래.
그래서 그 쪽에서 들어간 Nook Cafe.
여긴 그냥 쉬기 위한 공간이었다. 시원한 음료 하나씩 놓고 각자 휴식 모드.
딸은 남친이랑 싸우는 건지 뭐하는지 한 시간 동안 전화통화하고, 난 오늘 일정 다시 보면서 동선 체크하고,
아내는 커피 마시면서 멍 때리다 폰질하다 ㅎㅎ.
이런 시간이 쌓여서 여행이 되는 것 같다.

저녁엔 이른바 대학로 야시장 쪽으로 갔다.
젊은 사람들 많고,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고, 분위기가 활기찼다.
꼬치, 간식, 디저트 같은 주전부리들 조금씩 사서 나눠 먹었다.
배부르다면서도 또 먹는다.
여행 오면 위장이 늘어나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은 새로 옮긴 위앙나카라 호텔 근처의 The Globe Bar.
여긴 분위기가 참 좋았다. 시끄럽지도 않고, 너무 조용하지도 않고.
맥주 한 잔씩 앞에 두고 셋이 나란히 앉았다.
딸이 이런저런 얘기하는 걸 듣고, 아내는 웃으면서 맞장구치고,
나는 그냥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지금 이 순간이 나중에 제일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관광지도 아니고, 특별한 이벤트도 아니었는데
이날 저녁이 이번 여행 중 제일 행복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치앙마이에서의 다섯째 날 밤,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그렇게 또 여행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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