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넷째 날
여행도 나흘째가 되니 몸이 완전히 치앙마이 시간에 맞춰졌다.
서두를 것도 없고, 꼭 어딜 가야 할 것도 없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써보기로 했다.
아점은 Lady Bake.

빵이랑 간단한 메뉴 파는 곳인데, 관광객도 많고 현지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는 분위기 좋은 가게였다.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천천히 먹는 브런치 같은 식사. 여행 와서 이런 시간이 참 좋다.
딸은 달달한 메뉴 고르고, 아내는 커피 맛있다며 만족, 나는 괜히 창밖 사람 구경. 이렇게 셋이 앉아 있는 풍경이 요즘 들어 자꾸 소중하게 느껴진다.
밥 먹고 동네를 슬슬 걸어서 마야몰(MAYA Mall) 쪽으로 이동하다가 결국 볼트를 불러서 갔다.
치앙마이도 이런 대형 쇼핑몰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막상 들어가면 또 익숙한 풍경이다. 한국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브랜드들, 비슷한 인테리어.
하지만 여긴 푸드코트가 진짜였다.
“조금만 먹자” 해놓고 결국 이것저것 잔뜩 시켰다.
국수, 덮밥, 튀김, 디저트까지…
테이블 위가 거의 작은 연회장 수준.
딸은 새로운 메뉴 도전하는 걸 즐기고, 아내는 무난한 메뉴로 안정 추구, 나는 둘이 남긴 거까지 처리하는 담당. 배가 터질 듯했지만, 이런 날 아니면 언제 이렇게 먹어보겠나 싶다.
소화도 시킬 겸 마야몰 건너편 원님만(One Nimman) 으로 이동.
여긴 분위기가 확 다르다. 약간 유럽풍 건물에 카페, 소품샵, 옷가게들 쭉 모여 있는 곳.
무엇보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진 찍는 사람들, 쇼핑하는 사람들, 길거리 공연 구경하는 사람들… 치앙마이의 ‘핫플’ 느낌이 딱이다.
딸이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제일 바빴다.
“아빠, 이거 봐봐” 하면서 계속 부른다.
어릴 땐 손잡고 끌고 다녔는데, 이제는 내가 뒤따라다니는 입장이다. 그래도 그렇게 불러주는 게 싫지 않다.

저녁은 근처 럿투잇(Rod To Yod? 현지 발음은 잘 모르겠다) 이라는 전통 스타일 태국 식당으로 갔다.
겉에서 봤을 땐 그냥 동네 식당 같았는데, 안은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똠양꿍이랑 볶음면 주문했는데…
와, 진짜 맛있었다.
국물 한 숟갈 먹고 아내랑 동시에 눈 마주침.
“여기 찐이다.”
딸도 매콤한데 계속 떠먹는다.
우리가 거의 마지막 손님이었고, 우리가 먹고 나니 재료가 떨어졌는지 Sold Out.
괜히 복권이라도 된 기분.
“우린 운 좋은 가족이야” 하면서 웃었다.

밥 먹고 다시 원님만 야시장 쪽으로.
낮이랑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조명 켜지고, 음악 흐르고, 사람들 더 많아지고.
기념품도 보고, 길거리 간식도 하나씩 나눠 먹고.
배부르다면서 또 들어간다. 여행 위장은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다들 좀 피곤했는지 말수는 줄었는데 분위기는 편안했다.
억지로 뭘 많이 한 날은 아닌데, 이상하게 꽉 찬 하루.
아내랑 둘이 왔던 2023년 치앙마이도 참 좋았지만,
지금은 딸이 있어서 풍경이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아이랑 함께하는 여행은 힘들다고들 하지만,
다 큰 딸과의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즐겁다.
아마 나중에 제일 많이 떠올릴 장면들이
오늘 같은 평범한 하루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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