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18일] 길 위의 고단함도 추억이 되는 법, 치앙마이의 첫 공기
인생은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의 끊임없는 줄타기라고 했던가. 이번 치앙마이행 비행기 표를 끊을 때만 해도 327,600원이라는 단가에 "심봤다"를 외쳤다. 하지만 막상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좁은 좌석에 몸을 구겨 넣으니, 옆에서 새우잠을 자는 아내와 딸아이에게 슬며시 미안함이 밀려왔다. 미안한 마음에 슬쩍 눈치를 보는데, 오히려 딸아이가 "아빠, 우리 괜찮아! 이것도 다 추억이야"라며 환하게 웃어준다. 그 말 한마디에 짓눌려 있던 가장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말레이시아 KLIA2 공항에 내려 마신 코스타 커피 한 잔(61 RM, 약 22,058원). 그 쌉싸름한 맛이 마치 이번 여행의 서막을 알리는 종소리 같았다.
블루누들
드디어 도착한 치앙마이. 볼트(Bolt)를 불러 86바트를 내고 올드타운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말리 호텔로 향했다. 짐만 얼른 맡겨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2년 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블루 누들(Blue Noodle)이었다.

갈비 국수 3인분에 270바트(약 12,690원). 그때도 아내랑 둘이 오자마자 이 집 국수를 먹었었는데, 이번엔 셋이 되어 다시 왔다. 국물 맛은 여전히 진하고 좋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예전만큼의 큰 감동은 아니었다. 우리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그사이 너무 많은 기대를 품었던 건지. 그래도 눈앞의 국수 맛과 치앙마이의 따사로운 햇살을 안주 삼아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달콤했다.
쿤캐주스
식사 후 입가심을 위해 들른 쿤캐쥬스(190바트)에서 과일 샐러드와 아이스크림을 해치우고, SCOOF 카페(410바트)에 잠시 몸을 기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딸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남은 일정을 정리하는 시간. 밤샘 비행의 피로가 가시지 않았을 텐데도 가족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생각보다 덜 피곤하다는 아내의 말에 내심 안도하며,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왓 치앙만 (Wat Chiang Man)
해 질 무렵, 나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인 왓 치앙만(Wat Chiang Man)으로 가족들을 이끌었다. 이곳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2023년에 아내와 단둘이 방문했을 때 말할 수 없는 평온함과 행복을 선물해 주었던 곳이다. 당시 황금빛 탑이 주는 감동에 젖어 아내에게 "여기를 우리 집 전용 사원으로 정하자"라고 농담 섞인 진심을 건넸었는데, 그날 이후 이곳은 우리 집만의 '우리 사원'이 되었다.
사원에 들어서자마자 딸아이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여기가 바로 우리 집 사원이야!"
딸은 "왜 이게 우리 거야?"라며 자꾸 웃음을 터뜨린다. 한술 더 떠서 사원에 있는 다른 관광객들을 보며 "저 사람들은 왜 우리 허락도 없이 들어와 있어?"라고 농담을 던지는 딸아이를 보니, 아내와 나만 공유하던 추억의 페이지에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덧칠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여전히 작고 평화로운 그 사원은 석양과 함께 더 깊은 운치를 뿜어내고 있었다.

선데이 마켓
매주 일요일, 치앙마이 올드타운 중앙부에서는 선데이 마켓이라는 야시장이 열린다. 치앙마이는 정말 야시장 천국이었다. 매일이 축제인 곳 치앙마이. 그 중에서도 일요일의 백미는 역시 선데이 마켓이었다.
수많은 외국인 인파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연애 시절 이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내의 온기였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다. 야시장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맛보며 쓴 250바트는 오늘 지출 중 가장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피곤하긴 했지만, 첫날부터 가득 채워진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에 벌써 이번 여행이 성공적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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